D DVERSE GRAVITY
원문 ↓
CAREERNOMAD_   /   ESSAYWords, in their entirety.

전문성에역베팅한다.

메모 속 다섯 장, 하나의 글Read slowly.

나는 앞으로
전문성에 역베팅한다.

정확히는,
"전문성만 있으면 살아남는다"는
낡은 믿음에 역베팅한다.

지식은 점점 싸지고 있다.

몇 년을 처절하게 파고들어야
겨우 얻을 수 있었던 고급 정보도,
이제는 AI에게 프롬프트 몇 줄만 던지면
단 몇 초 만에 쏟아져 나온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를
견고하게 지켜주던 아는 것의 격차는
앞으로 무의미한 수준으로 쪼그라들 거다.

반대로
이 시장에서 끝없이 비싸지는 건
따로 있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
고르는 감각,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을 믿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는 결단력,

"복잡하게 얽힌 맥락을
어떻게 직관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결국,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오해하면 안 된다.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전문성은 앞으로
나를 증명할 차별점이 아니라,
이 잔인한 게임에 끼어들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으로 전락한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 그 콜로세움 안에서
진짜 승패를 가르는 건
관점, 취향, 서사, 판단력,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
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더 많이 아는 지식인이 되는 데만
베팅하지 않는다.

내 회사명 커넥티파이(CONNECTIFY)처럼
더 잘 보고,
더 잘 연결하고,
더 잘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AI 시대에는
전문가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전문성 '하나만' 믿고 있던
샌님 같은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대체될 뿐이다.

그렇다면 생존의 관점에서
나는 대체 어디에
내 남은 자본과 인생을 베팅하고 있는가?

내가 베팅하는 건 결국
[나라는 고유한 서사가
뿜어내는 인력(Gravity)]
이다.

AI가 아무리 압도적인 효율로
완벽한 기획안을 짜고 코드를 짜내도,
인간은 결국 기계와 연대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메워주고
감정을 레버리지해 줄
탁월한 인간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당신이 그리는 그 세계에
내 역량을 보태고 싶다"
며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힘.

그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한 인간이 뿜어내는
뾰족한 취향과 세계관에서 나온다.

기계가 모든 정답을 뱉어내는 시대에
가장 희소해지는 것은
정답 자체가 아니라,
"기꺼이 그 사람의 정답에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매혹"
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내 언어와 취향을 검열하는 짓은
당장 집어치우기로 했다.

내 고유성을 무디게 만드는 순간,
나를 향해 다가오던 귀인과 기회들도
함께 사라진다.

세상에는 이미
좋은 변호사도,
좋은 마케터도,
좋은 개발자도,
좋은 창작자도 많다.

하지만 그들을 알아보고,
신뢰를 얻고,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내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AI가 개인의 능력을 평준화할수록
나는 오히려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격차가
더 커질 거라 본다.

지식의 격차보다 판단의 격차.
기술의 격차보다 안목의 격차.
개인의 생산성보다 사람을 모으는 힘의 격차.

그래서 나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에
내 인생을 걸지 않는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나와 함께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는 것.

나는 그쪽에
베팅을 건다.